"스무 살 때부터 아버지를 도와 기름집에서 일했어요. 그때는 다 나무로 만든 재래식 도구로 기름을 짰는데
장정 서너 명이 목틀을 힘껏 돌려서 기름을 짜냈지. 28년 전에 처음으로 전동기계를 들였는데,
그래도 깨한말을 짜려면 1시간 이상 걸렸단 말이에요. 요즘 최신식 기계로는 3분이면 짜요.
세상이 그렇게 바뀌었어요."
가게 이력을 설명하던 현 씨는 이윽고 가게 한 구석에서 30여 년 된 맷방석 두어 개를 꺼내보였다.
오래됐지만 잘 닦아 길이 든 맷방석이 곧 삼대기름집이었다.
'기름집'답게 온갖 것을 다 짠다. 들깨, 참깨, 땅콩, 호두, 살구씨, 복숭아씨, 해바라기씨,
호박씨, 산초, 피마자, 홍아씨, 달맞이 등등. 골목 터줏대감인 역사만큼이나 단골들이 대다수인데
주로 직접 길러 수확한 깨를 들고 온다. 하루 평균 70여 명의 손님이 찾고 20여 가마의 깨를 짠다.
보통 방앗간이나 기름집에서 하루 평균 많아야 2가마를 소비한다고 하니 삼대기름집의 영업 규모를 짐작케 한다.
현원곤 씨가 말하는 삼대기름집의 경영철학은 '신용과 친절'이다.